당신이 음악입니다

“음악은 이리도 깊이 들리어, 아예 들리지 않는구나”(T.S. Elliot)
 

모차르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방도는 여럿이 있겠지요. 전기적으로 혹은 사회학적으로 고찰하여 모차르트의 삶을 복원시킨 다음, 그 삶을 그의 음악과 동일시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하나의 방도입니다. 그러나 저 같은 경우에는 그의 음악으로부터 그의 삶을 몽상적으로 복원시키는 역의 방도를 좋아합니다. 게다가, 그의 음악을 음악적으로 이해한다기보다는 어느 지휘자 어느 연주자가 들려주는 음반을 듣는 육감적인 접촉을 출발점으로 하여 그의 음악을 이해합니다. 이것은 단연코 가장 게으른 방도일 것이지만, 비약적인 만큼 가장 빠른 방도인지도 모릅니다.

음반, 감상, 모차르트 음악의 이해, 모차르트의 이해. 이런 순차로 진행되는 이해인 셈이므로, 몰이해의 위험성도 많고 비교양적인 이해의 위험성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방도에 대하여 만족하며, 이 방도의 위험성을 조금이나마 제거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아주 가끔씩 모차르트에 관한 책을 읽곤 합니다. 그렇지만,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음악을 들을 때의 그 청량함, 서글픔, 격정, 파괴적이고 창조적임, 날렵함 등을 동근원적으로 느끼기 힘듭니다.

그래서 역시 저로서는, “다만 나는 모차르트의 무슨 음악을 즐겨 들을 뿐이어요” 하는 많은 분들의 단촐한 고백이 가장 귀하고 혁명적인 이해로 다가옵니다. 음악의 시작이자 끝을 발설하는 셈이니까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음악이론적인 이해, 역사적인 이해, 화음의 분석과 선율의 직관, 빛과 어둠의 직시 등등을 운위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해 또한 모차르트의 음악을 또 다른 세계에서 이해하려는 거인적인 투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거인적인 투쟁은 그 투쟁에 참여한 모차르티안들의 세계에서만 벌어지는, “모차르트 음악을 둘러싼 영웅적인 투쟁”입니다. 단촐한 고백의 혁명적인 이해이든 아니면 모차르트의 마법을 풀려는 전사적인 이해이든, 그러나 그 시작은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속절없는 사랑과 애틋한 그리움입니다.

 

우리의 사랑과 우리의 그리움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이해하는 근원이니, 차라리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 우리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라고 해도 틀린 말을 아니겠지요. 사실 우리 모두는 모차르트의 스페셜리스트이며 동시에 모차르트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이들입니다. 이러한 관계의 혁명을 머리 속에 그리면, 그토록 별볼일 없는 모차르티안이면서도 모차르트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저는 얻게 됩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 . . 모차르트 음악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모차르트를 자신의 “영혼의 지배자”라고 서슴없이 말하였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이런 정도의 사랑과 존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이해의 진폭을 떠나 그리고 그 지식량을 떠나 모차르트를 가장 훌륭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그런 사람을 통하여 모차르트 음악은 울려 퍼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차르트 음악은 그 사람, 바로 당신을 악기로 삼아 영원히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숨겨져 있는 그런 분들을 위하여, 모차르트를 단순하게 이해하거나 치밀하게 이해하는 분들을 위하여, 그 유명한 엘리어트의 시 <사중주>를 올립니다:

음악은 이리도 깊이 들리어
전혀 들리지 않는구나
허나 당신이 음악이라
음악이 흐르고 있으니.

Music heard so deeply
That it is not heard at all,
but you are the music
While the music lasts.

당신이 음악입니다”에 대한 2개의 댓글

  • 제가 별도의 서버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차르트 관련 홈페이지를 이곳으로 이전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올릴 모차르트 관련 글들은 거의 대부분 2001년~2002년에 쓴 것들입니다.

    Gosinga
  •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모차르트에 관한 많은 부분에서 격하게 선생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다만 저는 엘리어트의 글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lost in a shaft of sunlight, …. , or music heard so deeply….
    한줄기 햇살에 넋을 잃고, ……. , (귀로는) 듣지도 않은 음악에 깊이 빠져 넋을 잃는구나

    but you are the music While the music lasts.
    그러나 (듣지않았다해도 마음이 느끼고 감동한다면 나에게 감동을 주는) 그대들은 음악이어라, 음악이 존재하는한..

    wavenext
  •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