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이여, 비구는 이와 같이 계戒를 갖추어 계의 지킴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두려움 없습니다. 대왕이여, 마치 관정한 크샤트리아 왕이 적을 쓰러뜨려 적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두려움 없듯이, 대왕이여, 이와 같이 비구는 계를 갖추어 계의 지킴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두려움 없습니다. 그는 이 성스러운 계온戒蘊을 갖추어 ‘안으로 나무랄 데 없는 안락’을 경험합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하여 계를 갖춘 비구가 됩니다.
Sa kho so mahā-rāja bhikkhu evaṃ sīla-sampanno na kuto ci bhayaṃ samanupassati yad idaṃ sīla-saṃvarato. Seyyathā pi mahā-rāja khattiyo muddhāvasitto nihita paccāmitto na kuto ci bhayaṃ samanupassati yad idaṃ paccatthikato, evam eva kho mahā-rāja bhikkhu evaṃ sīla-sampanno na kuto ci bhayaṃ samanupassati yad idaṃ sīla-saṃvarato. So iminā ariyena sīlakkhandhena samannāgato ajjhattaṃ anavajja-sukhaṃ paṭisaṃvedeti. Evaṃ kho mahārāja bhikkhu sīla-sampanno hoti. (DN i.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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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長部의 <사문과경沙門果經>은, “사문이 되면 무슨 결실이 있습니까?” 하는 마가다국 왕 아자타삿투의 질문에 응하여 부처님께서 출가사문의 결실에 대하여 설하시는 경이다. 이 경은 특히 비구의 출가, 계의 갖춤, 육근수호, 유념과 알아차림, 지족, 오개청정, 초선, 제2선, 제3선, 제4선, 지와 견, 의성신,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누진통에 이르는 수습차제를 세세히 이르시고 있는 경이므로, 공부인들이 마땅히 공부의 이정표로 삼아야 하는 경이다.
여래의 법을 듣고 신심을 가진 자가 “번다한 재가생활이 흙먼지 길이라면, 출가는 트인 허공이다. 집에 거주하면서 지극히 원만하고 지극히 청정하고 소라껍질처럼 말끔한 범행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이제 나는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의袈裟衣를 걸치고 집을 떠나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리라”고 결심하여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걸치고 출가사문이 되면, 우선 무엇보다 계를 갖추어야 한다. 경에서는 비구가 지켜야 하는 “짧은 길이의 계, 중간 길이의 계, 긴 길이의 계”가 전부(“성스러운 계온戒蘊”) 세세히 나열된 뒤, 이 인용문이 언급된다.
대왕이여, 비구는 이와 같이 계戒를 갖추어 계의 지킴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두려움 없습니다. 대왕이여, 마치 관정한 크샤트리아 왕이 적을 쓰러뜨려 적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두려움 없듯이, 대왕이여, 이와 같이 비구는 계를 갖추어 계의 지킴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두려움 없습니다. 그는 이 성스러운 계온戒蘊을 갖추어 ‘안으로 나무랄 데 없는 안락’을 경험합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하여 계를 갖춘 비구가 됩니다.
이와 같이 “출가사문으로서 율의律儀를 지키는 자, 행실과 행로를 갖춘 자, 작은 허물들에서 두려움을 보는 자, 수습차제를 받아지녀 배우는 자, 선한 신업身業과 어업語業을 갖춘 자, 삶이 두루 청정한 자, 계를 갖춘 자“가 될 때 비로소 감각기관(육근)을 수호하고 유념(사띠)하고 알아차리며, 마음의 장애(五蓋)를 정화시키는 등의 본격적인 공부여정, 이른바 “수행”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선정禪定과 지견知見은 “계를 갖추어 계의 지킴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두려움 없는” 비구의 몫, “적을 쓰러뜨려 적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두려움 없는” 대왕의 몫이지, 계를 갖추지 못한 자, 적에게 패배한 자, 두려움 있는 자의 몫은 아니다. 삼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