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읽기

“잔나비가 새끼를 안고 푸른 산봉우리 뒤로 돌아가니/ 새가 꽃을 물고 와 푸른 바위 앞에 떨어뜨리네(猿抱子歸青嶂後。鳥銜華落碧巖前).” — <벽암록>이라는 서명의 유래가 되는 이 문장에서 보듯, 선어록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도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내가 불교를 전혀 모르던 시절에 불교서적으로 맨 처음 손에 잡은 것이 <벽암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권의 번역서를 모두 읽은 것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는 없으되 그때까지 접한 부류의 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벽암록>을 두고 “의미를 이해한다”는 말 자체가 얼마나 빈곤한 정신으로부터 비롯한 말인가를 아는 정도의 수준은 되고 보니, <벽암록>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 앞에 서는 기분이 든다. 내 안의 티끌 하나 먼지 하나 놓치지 않고 낱낱이 비추는 거울.

선가에서 “종문의 제일서”로 꼽는 어록인 만큼, <벽암록>은 독자들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눈 푸른 선지식들이 자르는가 하면 봉합하고 거스르는가 하면 따르고 주는가 하면 빼앗기를 자유자재로 하면서 독자들의 뭇 생각과 감각을 종횡무진 베어버리는 까닭에, 이성적인 접근으로든 감성적인 접근으로든 단 한 걸음도 따라갈 수 없다. 접근하려고 하면 번뜩이는 칼날에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만다. 일반적인 사고와 감수성이 죄다 끊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고와 감수성이 끊어진 세계이기 때문에, 그 세계에 등장하는 대나무, 종소리, 칼, 꽃, 떡, 원숭이, 새, 눈송이, 부처, 거울, 산, 강, 우물, 철벽, 바위, 채찍, 그림자, 모기, 번개, 똥막대기, 나비, 소, 방망이, 차, 풀, 잣나무 등등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새롭고 경이롭다. 이렇듯 독자의 사고와 감수성을 일신하기 때문에, “뼈를 바꾸어놓는 신령한 처방”이 있기 때문에,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고금을 아울러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단 한 페이지도 이해할 수 없는 이 <벽암록>이 또한 매우 복잡한 형성사를 갖고 있는 사정을 알고 나면, <벽암록> 읽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멈출 수는 없는 법. <벽암록>을 원문으로 읽기 위한 준비작업을 정리해 본다.
 

먼저, <벽암록>의 구성을 간략하게 살펴두어야 한다. <벽암록>은 내용으로 볼 때 크게 수시, 본칙, 송으로 나뉘며, 본칙과 송에는 각각 착어와 평창이 따라붙는다. 그러니까, “수시”, “본칙과 본칙에 대한 착어·평창”, “송과 송에 대한 착어·평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본칙과 송은 설두의 작품이며, 수시와 착어와 평창은 모두 원오의 작품이다. 구성은 조금 복잡한 편이지만, 형성사를 살펴보면 구성이 좀더 명료하게 파악된다.

원오가 <설두송고백칙>을 제창한 내용이 바로 <벽암록>이라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설두송고백칙>은 설두가 <조당집>·<전등록> 등 옛 어록에서 공안 백칙을 가려뽑고 각 칙마다 송을 부친 것이다. 그러니까 <설두송고백칙>은 옛 공안 백칙(“古百則”)과 송(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오는 그 백칙(본칙)과 송에 각각 착어와 평창을 부친 것이다. 그리고 수시는 머리말 격으로 각 칙의 앞에 온다. 이 모든 구성물을 합해놓은 것이 바로 <벽암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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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의 구성도. <설두송고백칙>은 설두가 <조당집>·<전등록> 등의 옛 어록에서 공안 백칙을 뽑고 거기에 송을 부친 것이다. 원오는 <설두송고백칙>의 백칙과 송을 제창하였는 바, 그 내용이 바로 백칙(본칙)에 대한 착어와 평창, 그리고 송에 대한 착어와 평창이 된다. 이를 제자들이 기록하였다. 수시는 원오의 글로 각 칙의 머리말에 해당한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 <벽암록>의 내용을 형성사에 따라 구분하면 “본칙(고백칙)”, “송”, “수시·착어·평창”으로 나눌 수 있으며, 편집 순서에 따라 구분하면 “수시”, “본칙과 착어·평창”, “송과 착어·평창”으로 나눌 수 있다. 각 구성물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수시, 본칙, 송의 기본내용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으며, 착어는 원오의 촌철살인의 반어와 역설이 주 내용을 이루고, 평창은 고사의 배경이나 인물 소개, 간략한 설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벽암록>의 맨 앞에 실려 있는 보조의 서는 바로 이러한 형성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극한 성인의 명맥, 역대 조사들의 대기, 뼈를 바꾸어놓는 신령한 처방, 정신을 기르는 오묘한 술법이여! 저 설두선사께서 종지와 격식을 뛰어넘는 뚜렷한 안목을 갖추시어 바른 법령을 이끌어내면서도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시지 않으시며, 부처를 단련하고 조사를 담금질하는 집게와 망치를 손에 들고 선승이 자기 초월에 필요한 요점을 말해주셨다. 은산 철벽이니 뉘라서 감히 이를 뚫을 수 있으리요. 몸뚱이가 쇠로 된 소를 무는 모기와 같아 입질을 할 수 없다. 대종장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깊고 미묘한 이치를 어떻게 다 할 수 있겠는가?

이에 불과 원오 스님께서 벽암에 계실 때 수행하는 이들이 잘 몰라 이 미혹을 깨우쳐주실 것을 청하니, 노장께서 이를 어여삐 여기셔서 자비를 베풀어 저 깊은 밑바닥을 파헤쳐주시고 깊은 이치를 드러내어 명백하게 딱 가르쳐주셨으니, 이것이 어찌 알음알이를 가지고 한 것이겠는가? 백 칙의 공안을 첫머리부터 하나로 꿰어 수많은 조사스님네들을 차례차례 모두 점검했다.

— <벽암록 上>(장경각 1993) 13면

이와 같은 형성과정 때문에 <벽암록>은 <조당집>·<전등록> 등의 옛 어록에서부터 설두의 송, 원오의 글, 원오의 강설에 이르기까지 여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문체나 형식이 매우 다채로운데다 일반 독자는커녕 학자들조차 파악하기 힘든 선지(禪旨)까지 숨어 있으니, 독해와 번역이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당송대의 구어 내지 속어가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어 그것들에 정통하지 않으면 오독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벽암록>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선지식의 안목과 학자의 실력과 시인의 감수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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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순서로 <벽암록> 읽기를 시작해야 할까? 가장 먼저 집어들어야 할 것은 역시 선림고경총서의 <벽암록>(장경각 1993)일 것이다. 상중하 세 권 분량이지만, 각 권 뒤에 원문을 영인하여 실어놓았으므로,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역서는 우리나라 번역서 중에서 최초로 수시, 본칙과 착어·평창, 송과 착어·평창을 모두 완역했다. 이 역서의 역자 이름이 별도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 누구의 번역물인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관련 글들을 참고해 보면, 어떤 과정을 거쳐 번역되었는지 유추해 볼 수는 있다.

30대 중반부터 경전을 번역한 송 교수는 <전심법요>, <백장록>, <동산양개 화상 어록> 등 23권의 선어록을 번역했다. 선림고경총서 가운데 3분의 2를 번역한 셈이다. 특히 그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한 <벽암록>(장경각)은 백련암에서 성철 스님을 모시고 일일이 자문을 구해가며 번역한 역저이다.

— 현대불교신문 2004년 기사, <송찬우 교수, 첫 벽암록 강의 10년간 진행> 중에서

위의 기사에 따르면, 1993년 장경각에서 펴낸 <벽암록>은 송찬우가 성철스님의 자문을 받아가며 번역한 저작이다. 그러나 신규탁의 글을 보면, 사정은 사뭇 다르다.

그러니까 1990년 여름이었다. 백련선서간행회로부터 <벽암록>을 윤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컴퓨터에 입력을 해서 내부 교정도 마치고 프린터로 뽑은 원고라기에 쉽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막상 원문을 대조하며 하나하나 살펴보니 만만치 않았다. 결국은 이 초고를 전면 개정하여 새로 컴퓨터 입력을 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이 과정에서 나의 커닝은 시작되었다. 알다시피 <벽암록>은 당나라 선승들의 이야기를 100개로 추려서 만든 공안집의 하나이다. 그 이야기에는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뒤에 얽힌 사연도 많다. 게다가 당나라 때의 구어, 속어 등이 수없이 나온다. 덤으로 판본도 십여 종이 넘고, 그에 따른 글자의 출입과 차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번역이란 결과적으로 가능한 여러 해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는 번역자의 의도가 들어간다. 이런 류의 책을 번역하는 데 본문만 가지고는 도저히 온전한 번역을 할 수 없다. 자연 다른 책을 참고해야 한다. 좋은 말로 하니 참고이지 역자 주를 달아서 참고한 내용을 밝히지 못했으니 결국은 슬쩍 본 것이다. 말하자면 커닝을 한 셈이다.

어느 부분을 어떻게 커닝했는지는 번역자 마음껏 자세하게 <벽암록>에 주석을 달아도 좋다는 출판사가 나오면 그 기회에 고백할 계획이다.

— 신규탁, <선사들이 가려는 세상>(장경각 1998) 249-250면

송찬우와 신규탁 모두 백련선서간행회에 깊이 관여된 이들인 만큼 위의 기록들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를 종합해서 유추하자면, 송찬우의 번역초고, 백련선서간행회 검토, 신규탁의 윤문·수정을 거쳐 간행된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송찬우 교수의 선어록 강의에 공개된 <벽암록> 강의 및 번역물을 살펴보면, 장경각에서 간행된 <벽암록>의 문장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웹 사이트에 공개되는 것이어서 한껏 자유롭게 번역한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송찬우의 다른 번역서들이 대개 그렇듯, 의미가 통하도록 의역하는 경향이 강한 그의 평소 특성을 감안하면, 원문에 충실한 장경각판 <벽암록>은 신규탁의 손을 거쳐 대폭적으로 수정된 결과물로 짐작된다.

신규탁은 이리야 요시타카를 위시한 일본학자들의 당송대 속어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물들을 섭렵한 학자인 만큼 <벽암록>의 속어 내지 구어에 대하여 기초적인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임은 당연하다. 또한 그는 훈고학적 고증이라는 엄밀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학자인 만큼, <벽암록>의 공안 백칙과 관련이 있는 <조당집>, <송고승전>, <전등록>, <오등회원> 및 <선학대사전> 등의 선어록 공구서들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러한 고증을 거쳐 장경각판 <벽암록> 최종원고가 나온 것이지만, 신규탁은 선림고경총서의 편집방침상 참고한 출처를 주석을 통해 밝히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석지현은 이 번역서를 두고 “글자 번역에 치중했다. 그래서 뜻이 잘 통하지 않는 부분이 종종 있다”고 평했지만, 나는 뜻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글자 번역에 충실한 번역이 훌륭하다고 본다. <벽암록> 같은 저작을 “뜻이 잘 통하도록” 번역하는 것 자체가 과연 옳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장경각판 <벽암록>은 일체의 해설이나 주석이 없으며, 오직 짤막한 해제와 번역문, 그리고 원문(영인)만을 싣고 있다.
 

장경각판의 <벽암록> 외에 가장 입수하기 쉬운 번역서는 안동림이 역주한 한 권짜리 <벽암록>(현암사 초판 1978, 개정판 1999)이다. 이 책이 현재 시중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번역서인 듯하다. 그러나 번역문 갈피갈피에 역자가 삽입한 내용들이 워낙 선지와는 거리가 멀어 오히려 독자의 독해를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 그 때문에 그의 주석이 제법 알찬데도 전폭적인 신뢰를 하지 못하게 된다. 개정판의 일러두기를 보면, 장경각판의 <벽암록>(1993)과 이리야 요시타카의 <벽암록>(1997) 일역본 등을 참고했음을 밝히고 있다. 완역은 아니며, 착어와 평창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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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역작으로는 석지현 역주의 <벽암록>(민족사 2007)을 들 수 있다. 언론에서는 최초의 <벽암록> 완역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초의 우리말 완역은 장경각판 <벽암록>이다. 석지현의 <벽암록>은 8년 여에 걸친 노작의 결과물로 모두 5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권에서 제4권까지는 <벽암록>의 번역이며, 제5권은 <벽암록 속어 낱말 사전>이다. 특히 제1권에는 <벽암록>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해설이 실려 있어 <벽암록>의 형성사 및 판본, 그리고 기존의 연구성과와 번역물들에 대한 평가 등을 접할 수 있다. <벽암록>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는 이들은 이 해설을 일독할 만하다.

석지현의 <벽암록>은 원문, 번역문, 해설 순으로 짜여져 있다. 그러니까 <벽암록>의 구성물인 수시, 본칙과 착어·평창, 송과 착어·평창에 대하여 각각 순서대로 원문, 번역문, 해설이 실려 있다. 이 번역서의 가장 큰 특징은 각 구절에 대한 역자의 방대한 해설과 간략한 이본대조, 그리고 별권으로 독립된 <벽암록 속어 낱말 사전>에 있다. 이본대조 내용은 매우 소략하여 교감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모자르다고 할 수 있으며, 역자의 해설은 각 구절에 대한 훈고학적 주석이 아니라 역자의 안목으로 감평한 내용이다. 그 내용에 대한 호오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므로 나는 그것에 대하여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석지현의 번역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역시 속어사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는 일본학자들의 연구 성과인 <禪語辭典>(1991), <禪學大辭典>(1985), <諸錄俗語解>(1999) 등을 기본사전류로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이리야 요시타카(入矢義高)의 <벽암록>(이와나미 서점 1997)과 스에키 후미히코(末木文美士)의 <벽암록>(이와나미 서점 2003)을 벽암록 속어 해설의 결정판으로 소개하고 있는 만큼 이 두 번역본도 함께 참고하여 사전을 정리했을 것이다. 석지현의 속어사전은 각 칙별로 속어를 배열하였으며, 뒤에 찾아보기를 두어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벽암록>을 원문으로 읽으려는 이들은 필히 이 사전을 거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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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언급할 만한 번역으로는 정성본이 역해한 <벽암록>(한국선문화연구소 2006)을 들 수 있다. 이 번역서는 백칙 공안의 출처와 등장인물들의 전기자료를 일일이 제시하고 있어 훈고학적 고증을 거쳐가며 <벽암록>을 읽으려는 이들에게 유익하다. 그리고 중요한 선어의 형성과정을 언급하고 있다. 원오의 수시·착어·평창은 번역하지 않았으며, 설두의 본칙·송만 번역했다. 각 구절에 대한 해설을 싣고 있다. 설두의 송고를 중심으로 한 벽암록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벽암록>의 구어와 관련하여 부수적으로 읽어둘 만 책은 신규탁이 번역한 이리야 요시타카의 <禪과 문학>(장경각 1993)이다. 이 책의 일부 내용으로 선어록의 수사에 대한 짤막한 잡감들이 실려 있다. 저자는 선어록의 수사가 일반적인 한문과는 다른 이질적이고 파격적이고 이상한 수사라는 착각을 불식시키고 생생한 언어, 일상적인 언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 다만 구어에 익숙하지 않은 학자들이 문어의 어법으로 번역하는 경우 터무니없는 착오가 발생한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신규탁의 글들이 이리야 요시타카에게 많은 부분 빚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인용한 바 있는 신규탁의 <선사들이 가려는 세상>(장경각 1998)도 일독할 만한데, 저자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엮어놓은 것이다. 그중에서 월간 <해인>에 실었던 “제3부 선어록 읽는 묘미”가 주요한 선어록들에 대한 소개 및 번역상의 문제점들을 언급한 것으로 선어록에 입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별도의 글로 소개한 바 있는 아키즈키 료민(秋月龍珉)의 <무문관으로 배우는 선어록 읽는 방법>(운주사, 1996)도 선어록의 문법적 이해에 도움을 준다.

벽암록 읽기”에 대한 5개의 댓글

  • 猿抱兒歸靑嶂後
    鳥啣花落碧巖前 도올선생(혜능과 세익스피어)

    猿抱子歸靑嶂裏
    鳥含花落碧巖前 성철큰스님(本地風光)

    차이가 있습니다.

    김경수
  • 인용한 구절은 워낙 유명한 구절이라서 이를 인용하고 있는 옛 문헌이 수십 종에 이릅니다. 그런데다 銜|啣, 華|花가 서로 통용자라서 이 구절을 조금씩 다르게 인용하고 있기도 하지요. 동일한 맥락에서 後|裏|裡가 통용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도올의 “猿抱兒歸”와 성철스님의 “鳥含花落”는 옛 중국문헌에서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판본이 다른, 예컨대 일본판본이나 우리나라 판본에서 인용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인용한 것은 벽암록과 가장 인접한 텍스트인 <전등록>과 <원오불과선사어록>에서 인용한 것이며, 가장 보편적으로 인용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싱가
  • 외국에서 오래동안 미루어 두었던 벽암록을 읽고저 합니다만 어떤역자를 선택해야할지 몰라서 걱정하던중 벽암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잘 읽고 감사 드립니다.

    일단 선림고경총서의 벽암록을 선택하여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연자
  •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벽암록과 함께 공부에 진취가 있기를 빕니다.

    고싱가
  • 인편에 물어보니 장경각 본의 벽암록이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가 없다고 해서 벽암록 읽기를 미루었다가, 작년 년말 년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 잠시 귀국하여 교보문고에서 마지막 남은 한권인 상권을 만나고 다시 수소문하여 나머지 중,하 권을 예약하여 주었습니다. 그분 말씀이 장경각 판본으로는 마지막으로 남은 한권씩이라 더 이상은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맙게도 저를 마지막까지 기다려 준 세권의 장경각 벽암록을 잘 모시고 왔습니다. 책 장정도 품위가 있어 귀한 손님을 만났습니다.
    올해는 벽암록과 함께 한해를 보낼생각에 가슴이 설레입니다.
    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등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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