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모차르트 음반을 구입하지 않았던지라 최근 출반된 음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요즈음 부쩍 모차르트를 들으면서 음반 조사를 해 보니 눈에 띄는 음반들이 꽤 있다. 예전에는 눈에 띄는 족족 구입했는데 이제는 그런 열정의 시절은 지나가 버렸는지 어지간하면 구입을 안 한다. 그래도 계속 눈길을 주게 되는 곡들이 있는데, 가령 <돈 조반니>가 그렇다.
르네 야콥스의 <돈 조반니>가 그간에 출반되었나 보다. 모차르트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모차르트 오페라 스페셜리스트의 녹음이 무척 기대될 것이다. 르네 야곱스의 녹음은 고증 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로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 이미 출반된 것이지만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녹음도 비교적 최근의 해석에 속한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그 유명한 콘서트헤보 관현악단과의 마지막 교향곡 녹음으로 인해 호오가 분명하게 갈리는 지휘자이다. 그러나 그 녹음 때문에 그를 멀리 하는 것은 실수일 수도 있다.
유튜브의 영상물과 아마존의 미리듣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반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 천만 다행한 일이다. 어느 유명한 평론가들의 평보다도 조금이나마 자신이 직접 들어보고 선택하는 것이 최상이다. 더구나 관현악 연주 이외에도 각 가수에 대한 취향까지 고려하면 누군가의 추천 글을 통하여 오페라 음반을 구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래의 영상물은 출반된 음반의 음원과 다른 것이지만, 각 지휘자의 <돈 조반니>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충분한 내용을 보여줄 것이다.
<돈 조반니> 이야기가 나온 김에 피날레를 들어보자. 우리 모두는 자신의 기사장이 있으며 자신의 돈 조반니가 있다. 그 둘은 우리 안에서 엄격하게 그들 스스로의 길을 지키며 간다. 그 둘은 우리 안의 손님들이다. 기사장 석상이 살아서 방문하자 덜덜 떠는 레포렐로에게 돈 조반니는 말한다: “레포렐로, 어서 식탁을 차려라!”(Leporello, un’altra cena Fa che subito si porti!) 돈 조반니와 기사장 모두 서로 존경할 만한 손님, 존경할 만한 적수를 만난 것이다.
상호 존경이 있기에 서로 간에 단검처럼 식사 초대가 교차하는 것이고, 마침내 돈 조반니는 (레포렐로가 말리는데도) 기사장의 식사 초대에 응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파국을 완성한다. 그는 파멸한 것이 아니라 단지 기사장의 식사 초대를 긍지 있게 수락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