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희열들과 정열들에 관하여

형제여, 네게 하나의 덕(eine Tugend)이 있고, 그것이 너의 덕이라면, 그것을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너는 그것을 이름으로 부르고 쓰다듬고자 한다; 그것의 귀를 어루만지고 그것과 더불어 상쾌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그러나 보라! 이제 너는 그것의 이름을 군중과 공유하고 있으니 너는 너의 덕과 함께 군중이 되었고 무리가 되었노라!

차라리 이렇게 말함이 더 좋았으리라: “내 영혼의 쓰라림과 달콤함을 이루는 그 무엇, 게다가 내 오장육부의 허기이기도 한 그 무엇, 그것은 표현할 수도 없거니와 이름도 없어라.”

너의 덕은 너무 높아 이름의 친숙함으로는 가닿지 못할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네가 그것에 관해 말해야 한다면, 더듬거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이렇게 말하라, 더듬거리라: “이것이 나의 선이며, 이것을 나는 사랑하노니, 이것이 온전히 내 마음에 들며, 나 홀로 그 선을 원한다.

나는 그 선을 어느 신의 율법으로서 원하지 않으며, 어느 인간 규정, 어느 인간 필수품으로서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게 지상 너머와 낙원을 가리키는 어느 이정표도 되어서는 아니된다.

하나의 현세의 덕, 그것을 나는 사랑하노라: 그곳에는 영리함이 적으며, 만인의 이성이야말로 가장 적다.

그러나 그 새는 내 곁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새를 사랑하고 안아들인다, — 바야흐로 그 새는 내 곁에서 황금알을 품고 있다.”

이렇게 너는 더듬거릴지며 너의 덕을 칭송할지라.

한때 네게는 정열들이 있었으며 그것들을 악하다고 일렀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네게는 오직 너의 덕들만이 있구나: 너의 정열들로부터 자라난 것들.

너는 너의 지고한 목표를 그 정열들의 심중에 두었다: 하여 그 정열들은 너의 덕들이 되었고 희열들이 되었다.

네가 화급한 자들의 족속이든, 아니면 호색한이나 광신자나 원한을 품은 자들의 족속이든:

결국 너의 모든 정열들이 덕들이 되었으며 너의 모든 악마들이 천사들이 되었다.

한때 네게는 너의 지하실에 들개들이 있었으나 결국 그 들개들은 새들로, 사랑스러운 가희들로 변신하였다.

너는 너를 위하여 너의 독으로 너의 향유를 빚었다; 너는 너의 암소 ‘비탄’으로부터 젖을 짜냈다, — 이제 너는 그 젖통의 달콤한 우유를 마시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그 어떤 악도 네게서 자라지 않으리, 예외적으로 너의 덕들 간의 투쟁으로부터 악이 자라리.

형제여, 네게 행운이 있다면, 네게 한 덕(Eine Tugend)이 있을 뿐 더는 없으리: 더 쉽사리 다리를 건너가리.

여러 덕이 있음은 뛰어난 일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무거운 운명; 그러니 많은 이들이 황야로 가 죽음을 맞았노라, 그들은 덕들 간의 전투와 전장에 지쳤던 것이라.

형제여, 전쟁과 전투가 악한가? 그러나 그 악은 필연이요, 너의 덕들 간의 시기와 불신과 저주도 필연이라.

보라, 너의 덕들은 저마다 최고를 열망하고 있음을: 그것들은 너의 정신 전부가 그것들의 전령이 되길 원하며, 그것들은 분노하고 증오하고 사랑함에 너의 전력을 기울이기를 원한다.

모든 덕은 저마다 다른 덕을 질투하니, 무서운 것이야말로 질투이다. 덕들 또한 그 질투로 인하여 파멸할 수도 있다.

질투의 화염에 둘러싸인 자는 끝내는, 전갈처럼, 제 자신을 향하여 독침을 겨눈다.

아, 형제여, 너는 하나의 덕이 제 자신을 저주하고 찌르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는가?

인간은 극복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너는 너의 덕들을 사랑해야 한다, — 너는 그 덕들로 인하여 파멸할 것이므로.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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