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Gosinga
아침 이슬에 꽃잎이 떨어지면 그뿐이다.
거기에는 애시당초 슬픔도 없고 쓸쓸함도 없다.
떨어지는 꽃잎 앞에서 우리는 슬픔도 기쁨도 쓸쓸함도 아름다움도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오직 꽃잎이 떨어질 그뿐.
허공을 가르는 바람이 꽃을 건드렸거나 대지에 가득 찬 이슬이 꽃을 적셨을 그뿐.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은 오직 시원함, 깨끗함, 맑음, 한 줄기 찬바람일 뿐이다.
그외 덧붙히는 모든 것은 부질없는 한 닢 꿈, 속기(俗氣)일 뿐이다.
아침이다. 꽃잎이 떨어졌다. 깨끗하다.
모란이 피고 지기까지는 아직 시일이 좀 있는데,
맑은 영랑의 시와 옛 선비들의 매화를 함께 보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누이의 연애는 아름다와도 될까, 의심하는 가운데 잠이 들었다.” (이성복)
엔디님 처음 뵙겠습니다. 옛 선비들의 매화는 참 좋지요? 저도 그분들의 세계를 배우는 중이랍니다. 이성복의 싯구를 빌려, “내 주위의 사물들이 아름다와도 될까, 의심하는 가운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