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김흥순
2006/11/24

안녕하세요
라고 첫 인사를 하기에는
꽤나 오랜전부터 제 즐겨찾기 목록에 남아있는 홈페이지 입니다만..

처음 인사 드리네요

오늘도 이렇게 늦가을 감나무에
저녁새 쉬어가듯.. 조용히 듣다 갑니다

마음에 온기가 없다 보니
조석으로 가볍게 스치는 바람에도
꽤나 추위를 타게 되는 요즈음 이네요

몽테뉴의 이런 유명한 말도 있지요..
쾌락도 지혜도 학문도, 그리고 미덕도,
건강이 없으면 그 빛을 잃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고싱가숲
2006/11/25

김흥순 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건강하게 사는 것…

주피터 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별고 없었는지요. “하숙집 노신사 쇼펜하우어” – 참 멋진 표현이군요. 그 노신사의 빙그레 웃는 모습이 곧 주피터 님 모습이기를 빕니다.

고싱가
2006/12/07

예전부터도 느꼈지만, 주피터 님의 감각과 통찰은 언제나 경탄을 불러 일으킵니다. 고지로 상승할수록 시장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명체들의 역학이니, 고지에 오를수록 외로운 것은 당연한 듯합니다.

그러나 그 고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이 여럿 존재하겠는데, 니체는 압도적으로 경멸과 파괴의 시선을 택했지요. 그의 표현대로, 그는 “성인”이 되기보다는 “광대”가 되기를 원했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제가 니체를 항상 안타깝고 마음 아프게 바라보는 지점입니다.

어쩌면 니체는 그 시선을 택함으로써 최대한으로 불행했으나, 그 덕분에 그가 살았던 서양은 최대의 사상가를 만나는 혜택을 누렸지 않았나 싶습니다. 니체는 자신이 경험했던 고지가 서양정신사의 그 어떤 고지보다도 높고 또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직각적으로 알았기에 그 경험을 서양 전통의 용어(특히 기독교 용어)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었거니와 예수를 “미숙하다”고 평하고 아우구스티누스를 “사춘기의 가장(假裝)”이라고 평하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저는 니체와 기독교의 차이가 단순한 감수성의 차이가 아니라, 정신적 고지의 높낮이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그루 나무처럼 고지로 상승했던 니체가 아래를 내려다보고서 그 아래의 구조(다름아닌 기독교, 학자, 시장, 다수, 대중, 시인, 심지어 예술가 등등의 세계)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을 때, 바로 그 순간이 니체의 가장 커다란 운명이었던 듯합니다. 그는 과연 하나의 운명이었습니다. 성인이냐 광대냐 하는 그 분수령에서 광대 쪽으로 쏟아져버린 것이지요.

주피터 님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그런 유의 분수령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빕니다.

고싱가
2007/01/17

나옹이 님 오랜만입니다.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분들은 바닐라로 시작해서 두루 거치다가 결국에는 바닐라로 돌아온다고 하더군요. 음악 좋아하는 분들 중에선 모차르트로 시작해서 다른 작곡가들을 두루 거치다가 만년에는 결국 모차르트로 돌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shinhyepark
2007/01/29

세상엔 아직도 여유를 가지신 귀한 분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작업장에서 실내악들을 듣고 있습니다.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 그대로의 의미를 감히 넘 볼 수 있을까 늘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감사 드립니다.

백석현
2007/01/31

Zarathustra 번역에 대한 글만 잔뜩 올리고..인사를 드리지 못 했군요. 저는 사실 제 블로그도 없고 다른 사람 블로그에 간 적도 별로 없는 ‘보구 배운 데 없는’ 구덕다리입니다. 죄송합니다.이제야 ‘예의’가 무엇인지 좀 알고, 뒤늦게나마 실례 사과드립니다.

저는 그냥 혼자 좌충우돌하며 인생을 크게, 크게 낭비하고 우회하며 살을 사람입니다. 니체가 말하는 좋은 속성중 하나는 가지고 있습니다. ‘거침없음’ Muthwillig ..그거 하나만 가지고 인생과 청춘을 낭비하고 살다가 늦깍이로 니체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흑. 좋은 질책 많이 바랍니다.

아까 언뜻 어느 분이 니체의 정신병에 대해 잠깐 언급하신 적 있던데…저도 한마디 거들까 합니다.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니체는 매독균이 척추를 타고 뇌로 올라가 미친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 경우에는 그런 증상 (시력감퇴, 안통, 구역질, 두통)이 그토록 심하게 나타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병의 경과…무려 20년이 지난 후 발병하여, 발병 후 다시 11 년이나 더 살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의 의학적 ‘가설’은,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어차피 ‘매독 2차 진행’이란 것도 그 당시의 형편없는 의학에 의한 조잡한 진단에 불과하니까요) (의학용어를 몰라서 좀 무식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눈알이 박히는 구멍(소켓) 밑바닥에, 후방향으로 진행되는, 물 막이 있는 종양이 만성적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 걸 무지하게 어려운 한자말로 해봤는데, “저안와 후향 진행성 만성 수막종”입니다.
이거 한자말 하려고 이것 저것 다 뒤지고 하루 종일 난리쳤습니다.

저는 니체를 정말 정말 존경합니다. 다른 거 다 따나서, 그런 만성적인 끔직한 질병을 안고, 사회로부터 은거한 고독한 생활을 하면서, 이런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따듯하고 활기차고 영웅적 정렬을 가진 사람이었는지…짐작하게 합니다. 바그너의 부인 코지마가 남긴 일기에 보면…건강했을 때, 단정하면서 따듯하고 브라이트한 젊은 학자의 모습이 언뜻 언뜻 보입니다.

제게 니체와 같은 성품, 정렬, 따듯함이 단 0.001%라도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디오네
2007/03/19

오랜만에 다시 들러봅니다.

또 여기서 마음의 친구에게 위로받고 가네요.

매번 감사합니다.

고싱가
2007/03/21

디오네 님, 오랜 만입니다. 반가워요^^

박노아
2007/03/26

안녕하세요, 뉴욕에 살고 있는 사진작가입니다.

이갑철 선생님 글을 찾다가 이 곳까지 흘러들었는데 경치가 훌륭한 산 속에 소낙비가 한 차례 뿌리는 그윽한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그 사이 아지랭이가 흐물거리며 올라옵니다.

올 해 국내 첫 사진집 출간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조선일보에 컬럼식 사진까페를 운영하며 좋은 인연들을 만났습니다. 아래 두 군데의 블로그를 남깁니다.

http://cafe.chosun.com/orange
http://www.photoblog.be/micegrey

목이 축축할 때 다시 들르겠습니다.

고싱가
2007/03/27

박노아 님, 감사합니다. 산속에 비 내리는 소리, 저도 참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작고 아름다운 산들이 많은 곳도 드물겠지요. 그 그윽한 곳들에 내리는 비처럼, 소리처럼, 바람처럼,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그 사이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

박현주
2007/03/29

모차르트 클라리넷 곡을 들으려고 들렀더니 음악감상실 문이 닫혔네요.ㅠㅠ
그동안 자주 이용했었는데 앞으로 두달동안 좀 아쉬울것 같아요.

여행 다녀오시는 일 잘 되기 바라고
언제 현샘 등이랑 얼굴좀 뵈어요^^
건강하시길..

석영
2007/04/01

아직 핀란드에 있을까? 늘상 만나는 사람들과 다른 종류(?)의 친구를 만나니 반가웠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 되기를.

고싱가
2007/04/13

박현주 선생님, 감사합니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석영, 외국생활 잘 하기를 빈다. 몇년 만에 그렇게 술을 마셨던 것같구나.

강물
2007/04/13

그 동백이 두 잎을 새로 낸 봄입니다. 작년에 오자마자 두 잎 새로 나고 그간에 한 잎이 지고…. 가녀린 나무가 우아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 핀란드겠거니 하면서도 그냥 클릭했지요. 돌아오셨군요. 고싱가숲이 벌써 설레이는군요.

고싱가
2007/04/15

그 동백이 잘 자라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저로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는 확실히 북유럽이 체질적으로 더 가까운 듯합니다. 사람들의 말수가 적고 나무들이 높히 자라고 고요한 호수가 있고, 모든 건물 곁에는 예외없이 오래된 나무들이 서 있고, … 다만 겨울철 어두움이 만들어놓았을 그 뭔가 알 수 없는 암울한 정서는 좀 낯설었습니다. 뭉크의 뭉개진 선형은 어둠속의 잔영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