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트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그의 성격과 그의 작품»

우리나라에는 모차르트 관련 서적이 몇 권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개개 작품의 해설서로는 음악세계에서 출간된 ‘작곡가별 명곡해설 라이브러리’ 시리즈물의 “모차르트 I”과 “모차르트 II”가 유일합니다. 이 책은 일본의 “音樂의벗”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을 번역한 것이지요.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망라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며, 작품 해설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해석과 관련한 것으로는 장-빅토르 오카르/송숙자, “모차르트”(중앙일보사)가 있는데요. 이 책은 모차르트의 연대에 맞춰서 서술하되 음악적 변모, 작품 양식의 분석, 주요 작품의 해석 등, 대단히 음악학적으로 충실한 저서입니다. 이 책은 1995년에 출판된 것으로서 유감스럽게도 현재 절판상태입니다. 또다른 해석서로는 최근에 번역된 필립 솔레르스, “모차르트 평전”(효형출판사)이 있는데, 이 책에 대해서는 제가 다른 글에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러한 책들 이외에도 몇 가지 책들이 있습니다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모차르트의 死因을 다룬 책도 있고, 모차르트가 대단히 혁명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는 면을 부각시킨 책도 있습니다만, 모차르트 음악을 음미하는데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을 전반적으로 훑어서 서술하고 있는 책도 한 권 있습니다. 시공사의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로 나온 “모차르트, 신의 사랑을 받은 악동”이라는 책입니다. 프랑스 사람이 쓴 글이라서 상당한 기대를 하고 읽어보았습니다만, 그 내용의 평이함에 지루함마저 느껴지더군요. 사실 모차르트에 관한 맛깔쓰러운 글들은 프랑스 사람들이 잘 쓰는 편이고, 아주 심오한 차원의 글은 독일 사람들이 잘 쓰는 편인데, 이 책만큼은 평이함 그 자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차르트의 편지를 번역한 책도 있지요.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예담)이 그것인데요. 이쁘장한 책입니다. 영어에서 번역한 책인데, 번역의 흠을 잡고 싶기보다는 참 이쁘다고 말하고 싶은 책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모차르트의 편지 분량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그중 극히 일부만을 번역한 책인데, 우리나라의 열악한 환경상 이 정도라도 있는 게 다행입니다.

아직 번역이 안된 모차르트 관련 서적 중에서 정말 번역되어야 할 책으로 저는 알프레트 아인쉬타인의 저작 “모차르트: 그의 성격과 그의 작품”을 꼽고 싶습니다. 영어판도 있으니만큼 번역될 만도 한데, 아직 안 되었더군요. 몇년 지나도 이 책이 번역이 안된다 싶으면 제가 직접 번역해볼까 생각 중인 책이기도 합니다.

그 책을 소개하자면, 그 책의 “머리말”을 번역해 올리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된다면, 모차르트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규범적인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그러면 머리말을 한번 읽어볼까요?

Alfred Einstein, Mozart: sein Charakter und Werk

머리말

이 책은 모차르트의 생애와 작품 입문서가 아니다. 이미 그의 생애와 관련하여 얼마간의 연대에 익숙한 독자들, 무엇보다도 적어도 그의 얼마간의 작품들을 들어보고 사랑해온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그들에게 아마도 새로운 자극과 인식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모차르트에 깊이 몰두했다. 쾨헬의 연도별-주제별 목록, 즉 모차르트 작품의 일반적 인용기준이 되는 목록의 제3판을 작업하는 동안에 특히 그랬다. 다년간 그 작업을 하는 동안(1929-1937)에 나는 공간된 모든 모차르트 수고手稿와 판본은 물론 개개 작품의 내적인 의미와 양식을 붙들고 늘어졌다. 불가피하게 나는 많은 점에서 새로운 결과에 도달하여, 급기야 그 결과를 딱딱한 목록형식으로만 내놓을 게 아니라 내밀하고 생생한 맥락과 함께 내놓을 필요를 느끼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리라.

최근 수십년간 새로 발견된 자료들 중에서 모차르트의 생애를 밝혀주는 자료는 매우 희소한 까닭에, 애써 모든 면을 시시콜콜 재차 설명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나의 의도는 그저 모차르트의 성격, 그리고 그 성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과 사건들을 가급적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예리하게 조명하자는 것이었다. 개개의 작품이 언급되거나 “서술”되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역시 사람들은 “완벽함”을 아쉬워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모차르트의 개개 창작을 그의 전체 작품 내로 배열하고자 했으며, 전체 작품을 그의 작곡 당시의 입장에서 그리고 우리와 그와의 관계라는 입장에서 고찰하고자 하였다.

모차르트 문학이라는 거대한 영역에서, 찬성을 통해서든 반박을 통해서든, 나는 수많은 작품들에 빚을 졌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세 점의 최근 출판물에 특히 감사해야 할 것이다. 가장 커다란 감사는 지금까지 네 권으로 출판된 T. de Wyzewa와 G. de Sanit-Foix: “Wolfgang Amedee Mozart”(Paris, 1912, 1936, 1939, Desclee de Brouwer & Cie.)—처음 두 권은 두 저자의 공동 저작이며, 나중 두 권은 Monsieur de Saint-Foix 단독의 저작이다—에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간에 Monsieur de Saint-Foix가 마지막으로 다섯 권째를 완결할 수 있었음은 나로서는 각별한 기쁨이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다룬 장은 C.M. Girdlestone의 인상적인 연구 “Mozart et ses concertos pour Piano”(Paris 1939, Librairie Fischbacher)로부터 특별한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Eric Blom의 모차르트에 관한 소책자(London 1935, J.M. Dent & Sons, “The Master Musicians”의 시리즈)를 거론해야겠다. 모차르트 부자의 편지를 인용할 때에는 쉬더마이어Schiedermair 판(München 1914, Gg. Müller)을 따랐지만, 볼프강과 레오폴트의 정서법상 특성들 전부를 고문古文에 충실하게 유지하지는 않았다.

영어판(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45년 2월, 1945년 4월에 2쇄)이 독일어판보다 먼저 나왔다. 특별한 이유에서 언급하고 싶은 점이 있다. 이 판의 원래 원고는 1942년 8월 1일에 탈고했으며, 그 이후 본문의 수정은 한 군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Northampton, Mass., 1945년 3월 9일. 알프레트 아인슈타인

알프레트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그의 성격과 그의 작품»”에 대한 9개의 댓글

  • 오늘 모차르트 관련 도서를 찾다가 방문했답니다.
    일본의 첼로 전공인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성장소설을 번역하는데 알프레트 아인쉬타인의 저서가 인용되어 있어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어요.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니 더욱 읽고 싶어지네요.
    사실 인용된 문장에는 모차르트에 영향을 준 그 시대 음악인들이 길게 나열되어 있어서 그들의 이름을 정확한 표기로 번역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머리말이라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이은주
  • 아시겠지만, 이 책은 일본어로는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그 책 뒷편에 인명색인이 있어서 영문 표기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책값이 꽤 비싼 편이지요. 아마도 인명 표기 때문에 그 책을 구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주위에 인명을 확인해 주실 분이 안 계시면, 저한테 인명목록을 보내 주세요. 저도 일본어는 조금 하는 편이니 확인이 필요한 가타카나 인명을 보내주시면 로마자 표기와 발음을 가르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싱가
  • 고싱가 님의 답장이 얼마나 마음든든한지 몰라요. 감사합니다.
    지금 번역하고 있는 책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올해는 열린책들에서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타이틀로 열번 째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3년 동안 무작정 번역을 했던 책이었고, 책을 사랑한다면 자비출판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임했지요, 책을 내줄 곳을 찾아 1차 7곳, 2차 7곳을 선별하여 기획서를 보내고 두 곳에서 검토해주겠다는 메일을 받고 마침내 제가 원하던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낸 열린책들에서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번역으로 밥벌이를 한다는 건 굶어죽을 결심을 해야 하는가고 때론 의기소침해 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요.
    곧 음악가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로 하고 오늘 밤은 감사인사부터 드립니다.

    이은주
  • 안녕하세요. 질문을 드립니다.
    원서와 번역본이 참고가 될까 하여 옮겨 봅니다.
    「『ドイツ人は自分たちの作曲の出版によって大家の役割を演じています。そのなかではクラヴィーアの分野においてはショーベルト氏、エツカルト氏、ホナウアー氏があり、ハープの分野においてはホーホブルッカー氏とマイル氏が非常に人気があります。』」

    “독일인은 자신의 작곡을 출판함으로써 대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클라비어(역주 : 건반이 달린 현악기의 총칭. 쳄발로, 클라비코드, 피아노 등.) 분야에서 쇼베르트 씨, エツカルト, ホナウアー씨가 있고, 하프 분야에는 ホーホブルッカー 씨와 マイル씨가 상당히 인기가 있습니다.”

    エツカルト、ホナウアー、ホーホブルッカー、マイル의 한국어 표기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베이스 가수 フランチェスコ・ベヌッチ와 호른 협주곡 연작을 초연한 잘츠부르크의 호른 연주자 イグナーツ・ライトゲープ의 이름 또한 한국어 표기를 알려주신다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저자분께 메일로 질문해 본 결과 Eccard, (Johannes)Honauer (Leontzi)Hochbrucker (Jacob), Francesco BenucciJoseph Leutgeb (or Leitgeb)ライトゲープのファースト・ネームは、ウィキペディアではヨーゼフになっていますが、僕の引用した本ではイグナーツになっています)라는 답을 주셨습니다. 참고가 될까 하여 옮겨 봅니다.

    이은주
  • エツカルト 요하네스 에카르트, ホナウアー 레오니츠 호나우어, ホーホブルッカー 호흐브루커를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マイル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フランチェスコ・ベヌッチ는 프란체스코 베누치, イグナーツ・ライトゲープ는 요셉 로이트게프라는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싱가님의 의견을 기다리며…

    이은주
  • 인용하신 대목은,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하겐아우어 부인(Maria Theresia Hagenauer)에게 보낸 1764년 2월 1일자 편지 내용입니다. 독일어 원문은 “Die teutschen spielen in Herausgaabe ihrer Composition dem Meister. Darunter Mr: Schoberth, Mr: Eckard, Mr: Hannauer fürs Clavier, Mr: Hochbrucker und Mr: Mayr für die Harpfe, sehr beliebt sind.”입니다만, 레오폴트의 음악가 인명 표기가 약간 오류가 있는데다, 당시 표기법이 현대식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 오류를 수정하고 현대표기법을 따르면, 인용된 독일어 인명과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Mr: Schoberth | Johann Schobert, 요한 쇼베르트
    Mr: Eckard | Johann Gottfried Eckhardt, 요한 고트프리트 에크하르트
    Mr: Hannauer | Leonzi Honnauer, 레온치 혼나우어
    Mr: Hochbrucker | Christian Hochbrucker, 크리스티안 호흐부르커
    Mr: Mayr | Johann Simon Mayr, 요한 지몬 마이어

    알프레트 아인슈타인이 위 편지내용을 인용한 대목을 소개해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레오폴트는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파리의 음악적 상황을 아주 정확하게 서술했다(1764년 2월 1일): “. . . 이곳에는 이탈리아 음악과 프랑스 음악 간의 전쟁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프랑스 음악은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지독하게 바꾸기 시작했으며, 프랑스 인들은 이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바라건대, 프랑스적 취향이 10년 내지 15년 내에 완전히 소멸될 것입니다. 독일인들은 자작곡의 출판으로 대가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클라비어는 쇼베르트 씨, 에크하르트 씨, 혼나우어 씨가, 하프는 호흐브루커 씨, 마이어 씨가 아주 인기가 있습니다. 르 그랑 씨는 프랑스의 클라비어 연주자입니다만 자신의 취향goût을 완전히 버렸으며, 그의 소나타들은 독일식 취향을 지향합니다. 쇼베르트 씨, 에크하르트 씨, 르 그랑 씨, 호흐브루커 씨는 그들의 정밀한 소나타들을 우리에게 가져왔으며, 제 아이들을 흠모했습니다 . . .”(Alfred Einstein, Mozart. Sein Charakter—sein Werk, 128면)

    그리고, 프란체스코 베누치(Francesco Benucci, 이탈리아)와 요제프 로이트게프(Joseph Leutgeb, 오스트리아)는 검색하신 인명이 맞다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저자 분께서는 Joseph Leutgeb 대신, 이그나츠 로이트게프(Ignaz Leutgeb)로 인용하셨나 봅니다.

    고싱가
  • ‘모차르트: 그의 성격과 그의 작품’ 일부분을 번역해주시다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번역원고를 다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이다은 씨의 조언과 고싱가 님의 도움으로 ‘배를 타라’의 번역에 완성도를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메일로 주소를 알려주시면 ‘배를 타라’가 출판되는 대로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모차르트: 그의 성격과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도 출판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도해 봅니다.

    이은주
  • 안녕하세요. ‘배를 타라!’의 이은주입니다.
    ‘배를 타라!’가 드디어 3월말 정도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편집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고 고심하던 중에 조언을 구합니다.
    모차르트가 싫어했던 플루트를 위해서 4중주곡을 작곡해 주면 2백 플로린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은 그 절반도 되지 않게 지불했던 네덜란드인 장. 모차르트가 절찬했던 둘이 공동 출연할 수 있는 협주곡을 쓴 바이올리니스트 이그나츠 프렌츨.
    モーツァルトが嫌いだったフルートのために四重奏曲を書いたら二百フローリン払うといって、結局はその半分以下しか支払わなかったオランダ人、ド・ジャン。モーツァルトが絶賛し、二人が共演できる協奏曲を書きかけたヴァイオリニスト、イグナーツ・フレンツル。

    여기에서 네덜란드인 장이라고 번역한 것을 드 장(de Jant)이라고 옮겨야 할지 선생님의 조언을 구합니다.

    이은주
  • de Jant 이라는 이름은 제가 가진 모차르트 자료에서 확인할 수 없는 이름입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상식에 비추어 짐작컨대, de Jant이 프랑스계라면 “드 장”으로 읽고, 네델라드계라면 “데 얀트”로 읽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네델란드인이면서 프랑스계일 수도 있으니까 다른 준거 자료를 확보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고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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