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스님의 「Dropping Ashes on the Buddha」. 최근 「부처가 부처를 묻다」(권지연, 김영재 옮김, 물병자리 2011)로 새로 번역되었다.
스티븐 미첼이 숭산스님의 법문, 선문답, 편지글 등을 모아 엮은 것으로, 영문판으로 먼저 간행되었다. 이 책은 1976년에 「Dropping Ashes on the Buddha」(Grove Press)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판된 것으로, 「부처님 이마에 담뱃재를 털며」(류시화 옮김, 청맥 1990), 「부처님께 재를 털면」(최윤정 옮김, 여시아문 1999)으로 두 차례 번역된 바 있으나, 한동안 절판상태였다.
대봉스님의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숭산스님께서 미국에 오셔서 처음 한국 불교를 소개하셨던 1972년과 1976년 사이의 가르침을 모은 것으로 큰스님의 상당 법문, 평소 법문에서 이루어진 질문과 답, 큰스님과 제자간의 편지, 일상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법거량, 한국과 중국의 불교 이야기 등으로 엮어져 있습니다.”(4) 그러므로, 숭산스님께서 미국에 선불교를 포교하기 시작한 초기의 법문집이다.
처음 번역된 류시화 번역본을 살펴보면, 역자가 선불교 용어에 미숙한 데다가 이상하게 번역된 대목이 많았으며 글의 순서도 역자 임의로 하여 만족스럽지가 않았던 차에, 이번 번역본이 나옴으로써 그런 잘못을 대폭 바로잡아 다행스럽다. 그런데, 「부처가 부처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바꾼 것은 선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면이 있어 아쉽다. 부처가 어찌 부처를 물을 수 있겠는가? 책 제목의 디자인도 서법에 어긋나는 붓글씨여서 이 역시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선의 나침반」, 「도화집」과 더불어 되풀이하여 읽고 있는 숭산스님 법문집이다. 「선의 나침반 1」, 「선의 나침반 2」도 절판되었던 것인데, 한 권으로 합본하여 새롭게 간행되었다.
덕현스님 번역의 「법구경」(금비 2011)
법정스님 상좌로 길상사 주지 소임을 맡으셨던 덕현스님의 법구경 번역이다. 이 책은 ‘등하’라는 필명으로 출간했던 「법구경」(법공양 2006)을 필명 대신 법명으로 바꾸고 새로 간행한 것이다. 이전 번역판에 대해서는 수행자가 있는 세상은 큰 기쁨이라는 글로 소개한 바 있다.
순전히 이 소개글이 인연이 되어 길상사에서 덕현스님을 뵙고 절을 올린 적이 있다. 스승께서 법구경을 번역하셨으므로, 스승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제자의 이름으로 같은 경전을 번역하여 출판할 수는 없었다고 하셨다.
덕현스님의 다른 글은 맑고 향기롭게에서 일부 접해볼 수 있다. 그 분의 글이 뿜어내는 가파른 기상과 맑은 힘은 누구의 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같다. 스승을 그리는 사사곡(思師曲) 한 구절:
이 세상의 눈부신 것들을 당신이 앓으셨듯이, 그렇지만 사랑하셨듯이, 우리도 이 덧없는 세상의 꽃들을, 더불어 이 쓰라리고 노여운 담벼락이나 썩은 것들을 다 껴안아야 하는 것인가? 어떤 때는 다 없었던 것처럼 참고, 어떤 때는 햇살 같은 다사로움으로 기다려 녹이고, 어떤 때는 달빛의 검광(劍光)으로 물밑을 뚫어야 하는가?
덕현스님, 「사사곡」 중에서
그리고 덕현스님 「법구경」의 뒷편에 나의 졸고, 「수행자가 있는 세상은 큰 기쁨」이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실렸다. 법구경의 시문들이 너무 아름다워 이 번역본을 여러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아키즈키 료민의 「무문관으로 배우는 선종어록 읽는 방법」(운주사 2011)
혜원스님 번역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1996년에 출간되었던 「무문관으로 배우는 선어록 읽는 방법」을 새로 간행한 것이다. 이전 번역본은 저자명이 우리식의 한자발음으로 추월용민(秋月龍珉)으로 표기되었는데, 이번에는 아키즈키 료민으로 바로 고쳤으며, 제목도 “선어록”을 “선종어록”으로 일부 바꾸었다. 나는 새 번역본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을 모르겠지만, 저자의 이름이 한 명 더 추가된 것으로 미루어 약간 수정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선어록 한문독해를 위한 지침서라는 글로 소개한 바 있다. 한동안 절판상태여서 이 책이 새로 출간되기를 애타게 기다린 독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길상사 청년회 신도였습니다. 어른스님 향기가 남아 있는 곳에서 오랫동안 신도생활을 했는데, ’09년 가을에 영국출장중에 불교, 부처님 말씀이 그리워 인터넷 검색으로 이곳을 알았습니다. 이곳에 법구경 서평이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잘쓰셨길래, 당시에 주지스님이셨던 덕현스님께 메일을 보내서 알려드렸던것 같은데, 두분이 만나셨네요. 참 좋은 들이죠. 종종 이 사이트에 음악도 듣고, 좋은글도 많이 읽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들어왔다가 생각이나서 댓글을 남깁니다. 반갑습니다.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