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시절 방 안에 컴퓨터를 들여놓을 때부터 조립해서 사용했던지라 컴퓨터 조립의 경험은 꽤 되는 편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컴퓨터를 조립하여 사용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소음 때문이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텍스트 작성이나 이미지를 다루는 정도이니 컴퓨터 성능에는 관심을 둘 필요는 없었고, 다만 귀가 예민해서인지 어떻게든 소음만큼은 잡아야 했다. 이 글은 컴퓨터의 소음를 줄이기 위한 간단한 안내기이다. 전문적인 안내는 아니고 그저 인문학 공부를 하는 이들이 조용한 컴퓨터로 작업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안내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시중에 판매되는 대기업제품이나 조립제품 컴퓨터는 소음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소음에 잘 적응하는 분들도 있다.) 그 제품들의 소음이 결코 작지 않은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얘기이다.

컴퓨터의 소리를 줄이려면 먼저 소리가 나는 하드웨어를 알아야 한다.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소리가 나는 부품은 모두 너댓 가지이다. 파워서플라이, CPU 쿨러, 그래픽카드(VGA) 쿨러, 케이스 쿨러, HDD 등이다. 이중에서 가장 소리가 크게 나는 것은 대개 파워서플라이와 CPU 쿨러이다.

추천 파워서플라이: Heroichi HEC-Rapter 350WN/ 34,000원

먼저, 파워서플라이는 무소음 내지 저소음을 구입해야 한다. 저렴한 것은 1~2만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무소음/저소음을 구입하려면 3~6만원(350W 출력) 된다. 이중에서 내가 만족스럽게 사용한 것은 Heroichi와 Zalman 제품이다. 히로이찌가 잘만 제품보다 상당히 저렴하므로 히로이찌 제품을 추천한다. 출력은 컴퓨터 성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만, 인문학 공부하는 분들의 컴퓨터는 350W 출력이면 충분하다. 동일한 회사의 제품이라도 고출력일수록 소음이 더 큼은 당연하다.

추천 CPU 쿨러: Apack ZEROtherm CF800/ 25,000원

CPU 쿨러의 경우 인텔 정품이라고 해도 소리가 무척 크다. 보통은 CPU 쿨러에서 나오는 소음이 가장 크므로 반드시 별도로 구입할 필요가 있다. 나는 Apack과 Zalman 제품을 사용해 보았는데 둘 다 만족스러웠다. Zalman은 무소음/저소음 하드웨어로 명성이 높은 까닭에 타사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추천 그래픽카드 쿨러: Zalman ZM-OP1(쿨러) + Zalman BR123 (브라켓)/ 7,000원+3,000원

다음으로 그래픽카드 쿨러인데, 의외로 이 소음이 크다. 요즘에는 쿨러 없이 큼직한 방열판만을 장착하여 무소음 냉각을 자랑하는 그래픽카드가 출시되고 있지만, 컴퓨터를 틀어놓고 방열판을 만졌다가는 손이 델 정도로 뜨겁다. 아무리 방열판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선전하더라도 쿨러는 장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 쿨러를 장착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브라켓에 그래픽카드 쿨러를 장착하여 그래픽카드를 향해 쿨러를 돌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HDD와 케이스 쿨러이다. 위에서 언급한 제품들을 전부 장착했는데도 찌~~ 하는 소리가 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상당히 오래된 구형 HDD에서 나는 소음이다. 비교적 근래에 출시된 HDD로 바꿀 필요가 있다. Seagate HDD나 삼성 HDD를 추천한다. 케이스 쿨러에서도 약간의 소음이 난다. 나는 케이스 쿨러를 사용하지 않고 앞서 말한 방식의 그래픽카드 쿨러 장착으로 대체한다.
 

얼마 전에 아는 형의 컴퓨터가 소음이 너무 크길래 위의 무소음/저소음 하드웨어로 조립해 드렸더니 거실에 있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라고 한다.

컴퓨터 조립은 케이스와 메인보드의 규격에 따라 나머지 모든 하드웨어 규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먼저 케이스 크기와 메인보드 유형을 선택하고 나서, 나머지 각 하드웨어가 메인보드 규격과 성능에 부합하는 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구입한 지 3~4년이 지난 컴퓨터라면 메인보드 규격이 구형이기 때문에 일부 하드웨어만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대개 힘들고 컴퓨터를 아예 새로 조립해야 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메인보드 규격이 비교적 근래의 것이라면 위에 언급한 하드웨어만을 교체해서 정말 조용한 컴퓨터를 얻을 수 있다. 만일 메인보드가 구형이라면 위의 하드웨어 중에서 CPU 쿨러가 규격에 맞지 않으므로 억지로 끼워 맞추거나 다른 저소음 CPU 쿨러를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