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기에 있어 지독한 편식 성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아 파란투리(Μαρία Φαραντούρη)가 노래한 테오도라키스의 곡들만큼은 주기적으로 듣고 싶다.
서양인문학을 공부한 이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특별히 그리스라는 나라는 내게도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정말 그리스라는 나라가 있었기에 유럽이 탄생했을 것이다. 한 명의 수행자가 붓다가 됨으로써 한 시대의 정신적 높이, 아니 인류역사의 정신적 높이가 달라졌듯이, 그리스라는 나라가 있어 유럽의 역사가 달라졌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파란투리 노래를 언급하면서 그리스 역사를 들추는 것이 견강부회할 일이겠지만, 적어도 그리스의 현대역사에서 파란투리의 테오도라키스 곡들이 한 몫 하고 있으니 딱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겠다. 지중해의 시퍼런 바다, 푸른 하늘, 뜨거운 태양, 건조한 땅 위의 올리브 나무들, 험준한 산들, 그리고 신전의 기둥들, 이런 것들이 어느 곳에서나 펼쳐져 있는 그리스라는 나라, 북구의 추위와 어둠과는 정반대인 나라, 과분할 정도로 여행자에게 친절하던 나라, …
마리아 파란투리는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목소리”로 불린다. 아니 최상급의 표현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듯, 마치 고유명사처럼 “마리아, 헬라스의 목소리”(Μαρία, η φωνή της Ελλάδας)로 명명되기도 한다. 테오도라키스는 “나의 여사제”라고 불렀으며, 프랑수와 미테랑은 “파란투리는 내게 그리스이다. 그래서 나는 여신 헤라를 상상한다. 내게 그 정도로 신성한 것의 느낌을 전달해 줄 만한 예술가로는 도무지 다른 이를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